청년의 죽음

[워메이지]유현, 난슬 (링크)

 한 청년이 광활한 폐허를 바라본다. 세계수가 무너진 자리를.
그 폐허에서 거대한 원념과 파멸을 갈망하는 파동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유현. 뭐하고 있나? 어서 시작하세."
안대를 매고 있는 청년은 무표정한 얼굴로 늙은 마법사를 돌아본다. 유현의 손은 걸레조각처럼 찢어져 피내음이 악취로 피어나고 있었다.


늙은 마법사의 모습은 안개처럼 일렁이다. 이미 존재가 붕괴되어 가고 있었다. 유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 마법사로 인해 자신은 죽어도 죽은 몸이 아니었다. 그러나 마법사 또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한 것이었다. 사리사욕 따위가 아니었다.


유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안대를 뜯어버린다. 드러난 '퀘이사'의 눈. 퀘이사의 파동이 유현을 통로로 삼아 터져나온다. 으드득. 억지로 턱에 힘을 준다. 성난 늑대가 통뼈를 부숴 먹는 것처럼.


늙은 마법사는 유현의 등을 보았다. 퀘이사의 힘이 폐허에서 나오는 힘과 충돌하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정말 좋은 방패이었다. 자신을 창이라고 착각하고 있겠지만... 마법사는 상념을 떨치고 마법을 시작한다. 이제 마법사는 영원히 사라지리라.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


유현은 머리가, 몸 전체가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고통을 억누르면서, 허우적거리면서 무너지는 모래성처럼 버티고 있었다. 흘러내리는 모래가 서서히 멈춘다. 그 모래를 하얀 빛이 부드럽게 만지고 있었다. 유현은 그녀의 존재를 기억한다. 그녀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한다. 단지 하얀 머리카락만이 남아 있었다.

'난슬......' 그의 차가운 가면이 부서져내리고 있었다. 가면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덧글

  • 푸른미르 2012/10/10 23:28 # 답글

    제가 옛날에 김재한 작가님의 워메이지를 보고 좋아했는데 주인장의 답글을 보고 문득 써보고 싶어졌습니다.^^
  • Khan 2012/10/11 21:14 # 답글

    이렇게 결말이 나니 정말 아련하달까..확실히 여운이 남네요.
    원작에서의 결말도 좋아하는데, 푸른미르님이 재창작하신 결말도 정말 좋아할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 욜리 2012/11/26 11:55 # 삭제 답글

    ㅎㅎ 이거 스토커 같군요...
    우연히 '피라미드의 비밀과 월급쟁이의 역사' 이글루 글을 접하게 되어서,
    오늘 아침 생각한 어떤점과 비슷하여 감탄을 하면서 다른글을 몇개 보다가
    '푸른미르'님 덧글이 있길래,,, 네이버에서 최근에 뵌 분 인듯하여 (거의 그런것 같습니다 ^^)
    방가워서 덧글 남깁니다.
  • 푸른미르 2012/11/26 13:36 #

    저도 기억이 안납니다만^^;;;
    그래도 덧글 달아주시니 반갑습니다.

    우연히 보셨다는 이글루 글을 저도 봐야겠군요.
  • 2012/11/27 23:2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1/27 23:3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2/11/27 23:3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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